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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 2. 6. 11:13
(얼마전 Kandroid 저널에 기고한 글입니다: http://www.kandroid.org/board/board.php?board=kandori&command=body&no=47 )
 
얼마전에 미국 실리콘밸리쪽으로 출장을 다녀왔습니다. 1월 말의 그곳 날씨는 우리나라 가을 정도의 기온인데, 비가 자주 옵니다. 잠깐 비가 그친 틈을 타서 저렴하게 골프 한번 쳐 보겠다고 근처 골프장에 갔습니다. 1번홀 플레이를 마치자마자 우박이 섞인 비가 오더군요. 도저히 지나가는 비처럼 보이지 않아서, 포기하고 프로샵으로 돌아와서 환불 협상을 하는데, 그쪽에서 컴퓨터를 이용해서 실시간 위성 이미지를 보여주면서, 지금 내리는 비가 요 구름인데, 곧 지나갈 것이니 조금만 기다려 보라고 하더군요. 아니나 다를까, 곧 비가 그치고 아름다운 쌍무지개가 떴습니다. 얼른 사진 몇장 찍고 나머지 라운드를 즐겼습니다. 날씨 정보가 아니었으면, 정리하고 돌아가는 길에 날씨가 개는 것을 보고 매우 아까워 했겠죠.
 
두번째 에피소드: 그 다음주에 다들 모여서, 우리 회사의 소프트웨어 테스트 자동화 쪽 신제품을 소개하고 제품 전략을 의논하는 자리에서, 현재 개발중인 기술을 2년 내에 오픈 소스로 전환하겠다는 개발 담당자의 발표가 있었는데, 사장님께서 강력히 이의를 제기하면서 마케팅 부서를 포함한 유관부서가 다들 모여서 오픈 소스 전략에 대해서 다시 한번 타당성을 검토하라고 지시하더군요. 우리 회사 및 제품의 경쟁력에 별 도움이 되지 않을 것 같다는 의견이었던 거죠. 리눅스 기반 비니지스를 해 보신 분들이라면, 오픈 소스 전략의 어려움에 대해서 다들 공감하시겠습니다만, 많은 돈을 들여서 개발한 기술의 소스코드를 공개하고 계속 이끌어 나간다는 것이 보통 일이 아니죠.
 
출장에서 돌아오는 길에 개방의 의미와 경쟁력에 대해서 생각을 하게 되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개방형 시스템의 우월성은 이미 많은 역사적 사실들에 의해서 증명되었다고 생각합니다. 감춰진 것은 공개되고 닫힌 것은 열리게 마련입니다. 자발적으로 하느냐 등을 떠 밀려서 하느냐에 따라서 그 의미와 과정은 다를 수 있어도, 흐름 자체를 막을 수는 없다고 믿고 있습니다. 따라서 개방형 시스템의 채용은 하느냐 마느냐의 문제가 아니고, 어떻게 언제 하느냐의 문제가 되는 거죠. 그럼 개방의 정도는 어떻게 판단을 할 수 있을까요? 그건 소통의 수준으로 보면 되지 않을까 합니다. 인문학에서와 마찬가지로, IT 분야에서도 서로 다른 개체 사이의 의사 소통의 수준을 보면 개방의 정도를 알 수 있습니다.
 
컴퓨터라는 하드웨어에게 어떤 일을 하도록 시킬려면, 프로그램이라는 소프트웨어가 필요합니다. 예전에는 어셈블러라는 언어를 이용해서 프로그램을 만들었는데, 이는 컴퓨터의 기계어에 가까운 수준으로 개발자들이, 일일이 컴퓨터에게 어떤 일을 해야 할지 알려주는 방식이었습니다. 그 후에는, 유닉스라는 컴퓨터 운영체제의 발전과 더불어 C 언어를 이용해서 프로그램을 짰는데, 개발자들이 어셈블러에 비해서 훨씬 더 사람들이 쓰는 언어 체계에 가깝게 프로그램을 만들면, 그걸 중간에 컴파일러라는 녀석이 기계어로 번역을 해 주는 방식이죠. 그 후에는 인터프리터를 쓰는 스크립트 언어라던가 가상 머신을 쓰는 자바라던가 하는 식으로 계속 진화를 하고 있습니다만, 뭐 장기적으로는 우리가 평소에 쓰는 자연어가 곧 프로그래밍 언어가 되겠죠.
 
이 컴퓨터 언어의 진화 과정을 조금 다른 관점에서 봐도 재미있습니다. 예전에 컴퓨터가 처음 나왔을때는, 극히 소수의 제한된 사람들, 아마도 주로 방위 산업이나 과학 분야의 사람들만 쓰는 기계였죠. 그러다가 컴퓨터의 응용 분야가 비지니스쪽으로 확장되면서 사용자층이 조금 더 늘어났고, 개인용 컴퓨터가 나오면서 다시 사용자 층이 더 늘어났고, 인터넷이 나오면서 사용자 층이 더 늘어났고 이제는 스마트폰이 나오면서 거의 모든 일반인들이 컴퓨터를 쓰게 되었습니다. 이 사용자 층의 증가와 정확하게 비례하는 것이 바로 컴퓨터를 이용해서 뭔가 유용한 일을 할 수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내는 개발자의 숫자입니다.
 
제가 지금 쓰는 휴대폰은 블랙베리입니다. 회사 방침으로 쓰는 건데, 뭐 누구는 족쇄라고 싫어하는 분도 있습니다만, 하여튼 이메일을 24시간 언제 어디서든 볼 수 있다는 면은 확실히 업무 효율성을 획기적으로 높여주는 것 같습니다. 근데 이녀석이, 전화기 주제에 이메일 기능은 꽤 좋은데, 막상 본업인 전화 기능이 영 꽝입니다. 난데없이 전화가 끊어지는 현상도 많고 문자 기능도 영 쓰기 불편합니다. 근데 무엇보다 제가 예전 전화기에서 그리워하는 기능은, 바로 4자리 단축 다이얼 기능입니다. 전화 번호를 다 외우진 못해도, 자주 거는 전화번호의 끝 네자리 숫자는 기억하기 쉽다는 점을 이용해서, 끝 네자리 번호만 눌러도 통화가 가능하게 하는 기능인데, 주소록에서 사람 찾아서 전화 거는 것과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편리하죠.
 
이 기능이 혹시 특허가 걸려 있는 것이라면 뭐 어쩔 수 없겠습니다만, 특허가 걸려 있지 않더라도, 이런 일을 해 주는 블랙베리용 프로그램을 제가 찾을 확률은 아마 높지 않을 겁니다. 블랙베리용 어플리케이션 마켓이 활성화 되어있지 않고, 따라서 개발자도 몇명 없을테니까요. 그럼 아이폰은 어떨까요? 아마도 블랙베리보다는 훨씬 확률이 높겠죠. 그 수많은 개발자들 가운데, 이런 생각을 한 사람이 저 혼자만은 아닐테니까요. 하나 좀 걱정 되는 것은, 요 4자리 전화 번호 기능이 의외로 시스템의 전화번호 데이터베이스나 다이얼러 등과 밀접하게 엮여있을 거라는 거죠. 제가 아이폰 개발자가 아니라서요, 아이폰용 응용 프로그램 개발 도구가 이런 기능의 개발까지 가능할 정도로 시스템 깊숙한 곳까지 건드릴 수 있도록 되어있는지 모르겠네요.
 
안드로이드 폰의 경우라면 개발 도구에 관해서라면 걱정이 없겠습니다. 시스템의 전화번호부나 다이얼러의 수정이 자유롭고, 그럴 능력만 있다면 데이터베이스나 미들웨어의 수정을 통해서 뭐든 원하는 기능을 만들어 내면 될테니까요. 또한 다른 사람들이 이미 만들어놓은 기능들을 조합해서 내가 원하는 새로운 기능을 만드는 방식도 잘 정의되어 있는 것 역시 안드로이드의 개방성이 빛을 발하는 부분이라고 생각 됩니다. 물론 이미 이런 일을 해 놓은 응용 프로그램을 찾을 수 있으면 제일 편하겠습니다만, 아직 응용 프로그램의 숫자나 개발자의 숫자가 충분하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즉, 어떤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경쟁력은 결국 그 플랫폼을 이용해서 다양한 응용 프로그램을 만들어 낼 수 있는 개발자의 숫자와 비례한다고 볼 수 있는 거고, 이것이 왜 사람들이 블랙베리에 비해서 안드로이드의 미래가 더 밝다고 생각하는 이유입니다. 또한 구글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확산보다도 호환성의 확보를 더 중요하게 생각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개발자들이 만든 응용 프로그램이 다양한 안드로이드 호환 디바이스에서 잘 돌아간다는 것을 보장해야 안드로이드 개발자 커뮤니티가 유지/확산 될테니까요.
 
그러면, 제조사의 입장에서 개방을 통한 경쟁력은 어떤 의미가 있을까요? 예전의 휴대폰은 제조와 마케팅의 승부였다고 생각합니다. 멋진 디자인, 대량 생산을 통한 경쟁력 있는 구매 시스템과 엄격한 품질 관리, 그리고 통신 사업자와의 끈끈한 관계를 통한 유통망 확보및 강력한 판촉 활동이 게임의 룰이었죠. 물론 이 모든 것들은 여전히 중요한 경쟁력이고, 한동안 시장을 지배할 수 있는 힘이 되어 줄겁니다. 하지만 게임의 룰이 빠른 속도로 바뀌고 있죠.
 
PC를 통해서 인터넷의 정보를 자유자재로 활용하는 사람들이 점점 늘고 있습니다. 예전의 골퍼들이, 비가 오면 투덜거리면서 골프장을 떠났다면, 오늘의 골퍼들은 비가 오면 클럽하우스로 돌아가서 PC 앞에 앉아서 실시간 위성 사진을 보면서 이 비가 언제 그칠지에 따라서 다음 계획을 정할 겁니다. 그리고 내일의 골퍼들은 현장에서 즉시 휴대폰으로 위성 사진을 보기를 원할 거구요. 사용자들의 눈높이가 매우 높아져가고 있고, 이런 사용자의 요구를 잘 파악하고 만족시켜주는 소프트 파워를 갖고 있는 애플이나 구글같은 회사가 힘을 얻고 있습니다. 따라서 제조사들도 사용자들의 마음에 드는 제품을 만들기 위해서는 보다 전략적인 소프트웨어 플랫폼 선정이 필요하게 되었습니다.
 
노키아의 심비안이나 애플의 아이폰 그리고 림의 블랙베리는 현재 스마트폰 시장에서 잘나가는 소프트웨어 플랫폼이지만 특정 제조사에 종속되어 있으므로 고려 대상에서 제외하면, 제조사 입장에서는 크게 두가지 선택이 남죠. 이 세 회사들 처럼 직접 만들거나, 혹은 잘 만들어져있는 플랫폼을 가져다 쓰거나 둘 중 하나입니다. 각 플랫폼간의 비교에 대해서는 이미 넘칠만큼 많은 정보가 있으니 제가 여기서 반복할 필요는 없을 것 같네요. 다만, 수많은 경쟁자들에게 공평하게 공개되어있는 개방형 플랫폼을 채택하는 경우, 제조사의 정체성의 확보가 쉽지 않다는 점은 반드시 고민하고 넘어가야 할 부분입니다.
 
예를 들어, 경쟁사가 만든 안드로이드 2.1 기반의 풀 터치폰에 비해서 왜 고객들이 우리회사가 만든 안드로이드 2.1 기반의 풀 터치폰을 사야 하는지에 대해서, 기존 제조 기술의 범주를 벗어난, 조금 더 소프트적인 고민이 필요하다는 점입니다. 그런 면에서 볼때, 이번에 애플에서 발표해서 논란이 되고 있는 아이패드는 시사해주는 바가 많습니다. 애플답지 않게 전혀 혁신적이지 않은 제품 발표였다고 하는 평들이 많고, 실제로 기술적으로도 전혀 새로울 것이 없는 디바이스라고 생각됩니다. 그런데 그런 점이 또한 애플다운 시도가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해 봅니다. 무협지에서 보면, 어설픈 고수는 온갖 똥폼을 다 잡는 울뚝이 불뚝이 스타일인데 반해, 진정한 고수는 오히려 매우 평범해 보이는 것처럼, 온갖 쓸데 없는 기능으로 필요없는 사족을 덕지 덕지 붙이는 기획에 비해서, 정말 사용자에게 필요한 것만 최고의 수준으로 튜닝을 해서 제품으로 내 놓는 애플 특유의 접근이 돋보입니다.
 
조금 더 일반론적인 이야기를 해 보면, 기존의 제조 기술에서 제품의 품질 확보 및 가격 경쟁력이 매우 중요한 경쟁력이었는데, 지금과 같은 패러다임 변화의 시기에서도 역시 그 두가지는 중요한 차별화 포인트가 된다는 점입니다. 경영진과 개발팀, 마케팅 팀과 디자인 팀 그리고 소비자 들 간의 원활한 의사 소통이 제품의 품질 확보에 매우 중요할 겁니다. 비전과 현실 감각을 조화시킨 제품 기획, 기술적인 이해에 바탕을 둔 디자인, 동반자적인 협력 업체 관리 그리고 현실적인 제품 출시 계획 등이 필요한데, 이런 걸 하기 싫어서 안하는 회사는 별로 없을 겁니다. 다만, 이를 이루는데 필요한 수평적인 의사 소통 문화에 다가가기가 힘들 뿐이겠죠. 가격 경쟁력도 마찬가지입니다. 결국은 개발 기간을 단축시키는 것이 관건인데, 이 부서에서 한달동안 삽질해서 해결한 것을, 다른 부서에서도 마찬가지로 한달동안 헤메고 있으면 기간 단축에 도움이 안되겠죠. 혹은 매번 말도 안되는 요구 사항을 말도 안되는 스케줄에 맞추라고 밤샘 작업을 종용하는 것은, 개발자들이 그저 기계적으로 시킨 일만 하게 만들 뿐입니다.
 
마지막으로, 개방형 시스템의 추세에 맞추어서, 오픈 소스 전략에 대한 진지한 접근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90년대 후반 닷컴 버블이 붕괴되면서 오픈 소스 기반 소프트웨어의 경제성이 빛을 발하기 시작했고, 10년이 지난 지금, 모바일 소프트웨어의 주류로 자리매김을 하고 있습니다. GPL이니까 공개를 해야 하고, 아파치 라이센스니까 공개 안하는 그런 초보적인 수준의 정책은, 클라우드와 집단 지성의 시대에 너무 소극적인 접근입니다. 공격이 최선의 방어라고 했습니다. 알량한 소스코드 몇줄보다는, 오픈 소스 전략을 통한 기술 리더십과 아이디어의 독창성으로 차별화를 시도하는 그런 발상의 전환이 필요한 시기입니다.
 
이런 전략을 주도할 몇사람의 천재를 확보하고 있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을 경우 최선의 대안은 조직내의 수평적인 의사 소통밖에 없습니다. 빠르게 변화하는 개방형 시스템의 세상에서 경쟁력을 갖고자 한다면, 의사 소통의 수준을 한단계 높일 필요가 있습니다.  
 
 
 
 

 

2009. 12. 6. 22:39

OHA(Open Handset Alliance: http://www.openhandsetalliance.com/)의 안드로이드 소스코드 (http://source.android.com/)를 이용해서 상용 제품을 만들다보면 겪는 아주 큰 어려움 가운데 하나가 바로 변화의 속도를 따라잡는 일입니다. 토끼와 거북이의 경주에 비교하자면, 안드로이드 개발팀 (구글 + OHA 멤버 + 오픈소스 커뮤니티)은 토끼라고 할 수 있죠. 2007년말의 첫 공식 발표이후 2009년까지 2년동안, 앞에서 폴짝 폴짝 뛰어가면서 며칠전 발표된 2.0.1 버전까지 진화를 거듭해왔습니다. 반면에 이를 이용해서 제품을 개발하는 제조사는 거북이의 입장이죠. 토끼가 앞서간 발자국을 따라서, 느릿 느릿, 하나씩 하나씩 내용을 이해하고, 포팅하고, 동작을 확인하고, 검증해서 제품을 내놓아야 하니까요. 당연히 가벼운 몸으로 뛰어가는 토끼에 비해서, 짧은 다리에 무거운 등껍질까지 이고 가니 따라가기가 영 버거운 것이 아닐겁니다.

게다가, 이 토끼란 녀석이 젊어서 힘이 펄펄 넘치는지 중간에 잠도 안자고 계속 내달리는 겁니다. 더 열받는 것은, 혼자 가기 심심한지, 딱 거북이 한녀석만 찍어서 같이 폴짝 폴짝 앞서간다는 거죠. 뒤에서 먼지만 풀풀 마시면서 낑낑거리고 따라가는 다른 거북이들에게는 영 입맛이 쓴 상황일겁니다. 근데, 어쩌겠습니까, 그 길로 가야 미래가 보인다니 뭐 어떻게든 따라가야 할 상황인거죠.

일반적으로 리눅스 기반 휴대폰의 개발 기간은 1년 정도를 잡는 것 같습니다. 피쳐폰의 경우 간단한 업그레이드나 지역향별 수정사항만 가하는 경우엔 6개월 이내에도 출시를 한다고 합니다만, 리눅스 기반 폰의 경우, 워낙 모델마다 변화가 커서, 기획에서 출시까지 6개월은 아무래도 무리죠. 6개월 정도를 상품기획, UI 설계, 기능 구현 정도로 잡고, 나머지 3개월에서 6개월까지를 검증과 IOT를 하게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구글의 릴리즈 스케줄은, 뭐 딱 그렇게 규칙으로 정해진 것 같지는 않지만 1년에 2번 정도의 메이저 릴리즈를 생각하고 있다고 합니다. 올 봄에 1.5 (Cupcate)이 나왔고 가을에 1.6 (Donut)이 나왔죠. 현재 오픈소스로 Eclair 브랜치가 있긴 하지만 완전한 버전은 아닌 것 같구요. 그러면 이 상황을 제조사 입장에서 보면 이렇게 되는 겁니다:

지난 6월에 안드로이드 기반 휴대폰 제품 기획을 합니다. 1년후, 즉 2010년 상반기 출시를 목표로, 당시의 가장 최신 버전인 Cupcake 버전을 기반으로, 이런 저런 기능과 UI, 하드웨어 스펙, 디자인 등등을 열심히 의논하고 초기 개발을 시작하죠. 그런데 몇달만에 Donut이 보다 다양한 기능으로 무장을 하고 출시됩니다. 이미 기획이 되고 초기 개발이 진행된 상태라서, 제품의 근본 컨셉을 바꿀만한 변화 (예를 들어 HVGA => WVGA)는 좀 어려울지 몰라도, 소프트웨어의 경우엔 갈아타는 것이 가능하겠죠. 그래서 다시 몇달동안 열심히 Donut 기반으로 개발을 하면 12월 정도에는 설계 검증을 시작할 수 있겠죠. 즉, software는 feature complete이 되고, QA 과정에 들어가는 겁니다. 근데 지금 막 이야기가 나오고 있는 Eclair를 보니까 Exchange Server 지원에서 Google Maps Navigation에 최신 Bluetooth Profile 지원까지, 엄청난 변화가 보이는 겁니다. 이제 이러면 고민에 빠지는 거죠, 이걸 다 무시하고 그냥 QA를 밀어부쳐서 내년 상반기에 출시를 하자니, 그때는 Eclair뿐이 아니고 그 다음 버전인 Flan도 나와있을 확률이 높은데, 그 상황에서 Donut으로 출시해서 과연 상품성이 있을까 하는 걱정이 되는 거죠. 그렇다고, 현재 상황에서 Eclair로 갈아타자니 아직 Eclair가 안정화되지 않은 버전이라서 제품 출시 스케줄 자체가 나오질 않는 상황이구요.

남의 이야기라 저는 참 쉽게 말합니다만, 내년 1Q/2Q에 안드로이드 출시를 목표로 오늘도 개발실의 불을 끄지 못하고 계시는 분들 입장에서 Eclair의 현재 상황을 보는 심정이란, 참으로... 거시기 할겁니다...

이게 어떻게 보면 다른 개방형 플랫폼들 (iPhone, RIM, Palm, WinMo)과 비교되는 안드로이드의 가장 큰 단점일 수 있습니다. 물론 구글이라는 큰형님이 끌고 가긴 하지만, 그래도 50여개가 넘는 OHA 회원사의 다양한 협력 모델에다가,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개선 사항까지를 아울러서 소스트리를 관리하다보니, 특정 벤더 플랫폼처럼 로드맵 관리가 칼같이 되기 어려운 거죠. 라이센스 문제와 특허 문제에 기타 복잡하게 얽힌 이해관계까지 고민하면서 동시에 개발자들이 쓰기 편한 SDK와 플랫폼을 릴리즈 해야 하는 거니까요.

반면에 또 이걸 뒤집어서 생각해보면 안드로이드만의 가장 큰 장점이 바로 이 약간은 혼란스러워보이는 다양성에서 비롯되는 혁신이 아닐까 합니다. 정갈하게 차려진 한정식은 아닐지 몰라도, 고추장에 참기름 넣고 썩썩 비벼먹는 비빔밥의 맛이라는 게 또 있는 거니까요...   ^^;

어쨌거나 현재의 안드로이드는 여전히 매우 빠른 속도로 진화중인 플랫폼입니다. 좀 고통스럽긴 하지만, 오픈소스 모델의 개방형 모바일 플랫폼의 미래를 믿는다면 따라갈 수 밖에 없죠. 구글이라는 회사의 비전과 능력, 그리고 2007년말 첫 발표이후 얼마전 모토롤라 드로이드의 출시까지 2년만에 이루어진 안드로이드의 발전 속도를 보면 충분히 기대할만하다고 하겠습니다.

일단 한가지는 인정하고 시작해야 하겠습니다.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 개발은 쉽지 않습니다. 그냥 취미삼아 돌려보는 거라면 세상에 이것처럼 재미난 장난감이 없습니다만, 돈받고 팔수 있는 제품을 만들기에는 매우 신중한 접근과 많은 노력이 필요하죠. 이걸 한방에 해결해줄 묘책이 어디 있겠습니까. 관건은 개발 기간의 단축과 더불어 오픈소스 개발 모델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이 아닐까 합니다. 제품의 기획과 디자인, 상위 레벨 설계에 많은 시간을 들여서 일관된 개발의 틀을 잡고, 최대한의 소프트웨어 테스트 자동화를 통해서 개발과 검증이 동시에 진행되어야 할겁니다. 더불어, 안드로이드의 오픈소스 개발 모델을 완전히 이해하고 최대한 활용해서, 어느부분까지를 제품 차별화에 필수적인 closed source로 가져가고, 어느부분까지를 전략적인 면에서 다양한 Ecosystem과의 공조를 통해서 open source로 가져갈지에 대한 진지한 고민이 필요합니다. 이런 식으로, 일차 개발 완료가 긴 여정의 시작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과제를 기획할때 비로소 경쟁력있는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의 개발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조심스러운 생각입니다.

2009. 12. 6. 00:19

안드로이드에 기반한 모바일 폰을 만들때 가장 고민되는 부분은 아마도 제품의 차별화라는 부분일겁니다. 그건 사실 Windows Mobile에서도 마찬가지였죠. Windows Mobile 6로 오면서 UI 변경이 허용되기 전까지는 시작 버튼으로 대표되는 윈도 모바일의 기본 UI에서 크게 벗어나기 어려웠던 까닭에, 어떤 제조사에서 만들어도 그냥 윈도 모바일 폰이지, 특정 회사의 색깔을 드러내기가 쉽지 않았거든요.

하지만 이제는 윈도 모바일에서도 UI의 변경이 자유로워지고, 여러 회사들에서 다양한 윈도 모바일 폰들이 나오는 모양입니다. 그런데, 과유불급이라는 말처럼, 최대한 삼성 터치위즈의 색깔을 살릴려고 했을 옴니아 2가 아래와 같이 최악의 평가를 받았습니다:

http://gizmodo.com/5417413/samsung-omnia-ii-review
(요기 http://moux.tistory.com/70 가시면 번역된 내용도 볼 수 있습니다.)

사실 저도 터치위즈의 큐브 써 보면서, 뭐 별로 실용적이지도 않고 잔뜩 멋만 내서 쓰기 오히려 불편하다고 생각했는데요, 이 리뷰에서는 "oh, that horrible fucking cube"라는 극단적인 표현을 써 가면서 원초적인 비난을 늘어놓네요. 전반적으로, 훌륭한 하드웨어 스펙에 비해서 소프트웨어가 완전 최악이다. 일관성도 없고, 느리며, 전체적으로 매우 쓰기 불편하다는 정도의 내용입니다.

근데, 사실 Gizmodo에서는 얼마 전에도 안드로이드 기반의 삼성 비홀드 2에 대해서 비슷한 수준의 평가를 내린 적이 있습니다:

http://gizmodo.com/5406912/samsung-behold-ii-non+review-oh-god-the-ugly

멀쩡한 안드로이드 표준 UI를 삼성 자체 UI로 완전히 망쳐놓았다는 평가입니다.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LG도 자사의 S-class UI를 모바일 공통 UI로 미는 분위기입니다. 최근에 나온 LG의 안드로이드폰에도 비록 일부이긴 하지만 S-class UI가 적용이 되어 있죠. 근데 그거 써 본 느낌도, 삼성 터치위즈 UI와 크게 다르지 않더군요, 뭔가 따로 노는 듯한, 그리고 반응도 그리 매끄럽지 않은, 그래서 표준 안드로이드 UI보다 더 쓰기 불편하다는 느낌...

안드로이드 기반 모바일 디바이스를 만들때 제조사의 큰 고민이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그냥 원래의 UI 그대로 Donut이던 Eclair던 수정없이 내 놓자니, 경쟁사와 다를 것이 없고, 그렇다고 자사 UI를 적용해보자니 안드로이드의 표준 UI 설계 철학과 너무 엇나가게 되서,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제품이 나오게 되는 거죠.

아마도 삼성과 LG에서는 모든 모바일 디바이스에 사용 가능한 통합 UI의 환상을 버리고, 각각의 플랫폼에 맞는 최적화된 UI 전략을 새로 짜야 하는 것이 좋을지 모르겠습니다. 물론 자체 플랫폼의 경우 자사 UI에 최적화해서 만들면 되겠지만, 개방형 플랫폼의 경우엔 그 플랫폼에 맞는 UI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오히려 자체 통합 UI가 없는 회사의 경우, 디바이스에 맞는 적절한 UI를 새로 설계해서 잘 만들면 되는데, 대기업의 경우 기존 통합 UI를 고집하는 것이 독이 될 수도 있을 겁니다. UI는 단순히 홈스크린에 큐브 집어넣고 휠넣고 아이콘 배열하는 수준의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닙니다. 전체 모바일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관통하는 사용자 인터페이스의 철학이 있는 것이고, 이를 잘 살려가면서 UI 플랫폼을 설계할려면 그 소프트웨어 플랫폼의 UI의 기술적인 동작에 대한 깊은 이해가 필요합니다.

다시 저 위의 리뷰로 돌아가면, 개발팀을 잘게 쪼개서 각각 소프트웨어의 다른 부분을 맡기되, 절대 서로 이야기 하지 못하게 하면서 만든 것 같다고 평했습니다. 또, 몇분동안 사용해보면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여섯가지 서로 다른 언어로 외치는 소리에 둘러싸여있는 것 같다는 비유도 했습니다. 그래픽 디자이너들과 소프트웨어 개발자들이 같이 머리를 맞대고, 보다 나은 사용자 경험을 위해서 고민을 해도 잘 나올까 말까 하는 작업입니다. 말이 되지 않는 개발 스케줄에 이어지는 야근, 기획팀과 디자인팀 그리고 개발팀과 QA팀의 부조화, 게다가 개발 중간에 난데없이 날라오는 비 전문가들의 태클로 인한 낙하산식 소프트웨어 변경 사항들, 이런 것들이 위와 같은 사용자 경험으로 되돌아오는 것은 아닐까요?

앞으로 한국에서 만들어지는 안드로이드 기반 디바이스에, 정말 사용자의 경험을 진지하게 고려한, 개발자와 디자이너가 함께 고민한 흔적이 보이는, 그런 철학이 있는 UI가 탑재되기를 기대합니다.

2009. 10. 17. 09:38

요새 모바일에서는 구글의 안드로이드가 대세라고 하는 분들이 많습니다. 저도 그런 사람 가운데 하나고요. 업체를 만나던 세미나를 가던 혹은 전시회나 인터넷을 다녀도, 요즘의 가장 핫 토픽은 역시 안드로이인 것 같네요. 물론 제가 하는 일이 그런 쪽이라서 그렇습니다만.

예전에도 오픈 소스나 오픈 플랫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드는 과제들은 많이 있었습니다. 90년대 후반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이어진 닷컴 붐이 붕괴되면서 네트워크 장비 업체들이 가장 먼저 리눅스라는 운영체제에 주목하기 시작했고, 그 이후로 많은 업체들이 리눅스를 채용하면서 지금은 네트워크 장비에서 운영체제는 당연히 리눅스를 쓰는 것으로 알고 있죠.

그 외에, 고사양 디지털 TV역시 리눅스가 많이 사용됩니다. 셋톱박스에도 그렇고요. 그런데, 소프트웨어의 복잡성을 비교해볼때, 네트워크 장비나 디지털 TV와 비교해서 스마트폰이 조금 더 고민해야 할 부분이 많아 보입니다. 네트워크 장비의 특성 (각종 무선 통신)과 디지털 TV의 특성 (미디어 플레이)에 더해서 휴대형 장치로서 고민해야하는 특성들 (화면, 입력장치, 배터리) 까지 더해져있기 때문이겠죠.

음성 통화 위주의 기존 제품은 그나마 하드웨어 혹은 운영체제 벤더의 플랫폼으로 꽤 많은 부분이 해결 되었는데, 스마트폰으로 오면서 비약적으로 늘어난 소프트웨어 요구사항에 제조사들이 고민이 많겠죠. 구글에서는, 인터넷을 불편하지 않게 쓸 수 있는 모바일 플랫폼을 만드는 것이 구글의 영향력을 확대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했고, 그래서 안드로이드 프로젝트를 시작했습니다. 2007년말에 OHA (Open Handset Alliance)를 발표했으니 이제 2년정도 지났는데, 모바일 플랫폼을 처음 하는 회사가 이루어낸 것 치고는 대단한 성과가 나오고 있는 것 같습니다.

좋던 싫던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제조사, 핸드폰 제조사 그리고 통신 사업자까지 안드로이드 기반 제품을 받아들이고 있습니다. 모토롤라나 T-Mobile 같은 회사는 전세를 뒤집을 좋은 기회라고 생각하는 것 같고, 삼성/LG나 버라이즌/보다폰 같은 회사들은 뒤쳐지지 않기 위해서 하는 것이겠죠. 외면하고 있다가, 결국 안드로이드가 시장을 평정하면 큰 손해를 보기 때문이겠죠.

뭐 계산이야 어떻든, 하여튼 요새 안드로이드로 제품을 만드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들을 많이 합니다. 최근에 어떤 출판사 직원분과의 대화에서도 그런 이야기가 나오고 해서, 블로그를 통해서 생각나는대로 정리를 해 볼까 합니다. 사실은... 어떻게든 블로그를 활성화시켜볼 핑계가 필요했는데, 좋은 기회인 것 같아서, 스스로를 채찍질하면서 달려볼까 합니다.   ^^;

2009. 10. 2. 08:47
http://androidenea.blogspot.com/

ENEA라고 하면 OSE라는 Real Time OS로 한세대를 풍미했던 회사인데, 이곳에서도 안드로이드에 관심을 보이고 있는 듯 하다. 정말 안드로이드가 대세인가...   ^^;
2009. 9. 30. 14:14

기술적인 분야에서 리더십의 역할은 매우 중요하다. 어떤 기술을 개발할지, 어떤 방향으로 어떻게 개발하고 어떤 식으로 생태계를 만들어낼지에 대한 결정을 내리는 단체, 회사 혹은 개인의 역할에 따라서 거의 동등한 기술이 시장에서 자원만 낭비한채 흐지부지 사라지기도 하고, 막대한 경제효과를 동반하는 트렌드로 자리 잡기도 한다.


마이크로소프트 윈도는 단일 리더십의 대표적인 모델이다. 빌 게이츠라는 확실한 리더와, 윈도라는 단일 플랫폼을 독자적으로 발전시켜 나가면서 시장을 평정했다. 애플역시 운영체제와 하드웨어, 그리고 최근의 아이폰에 이르기까지 강력한 리더십을 바탕으로 자사를 중심으로 돌아가는 생태계를 만들어냈다.


반면, 리눅스는 분산 리더십의 성공 모델이다. 물론 리누스 토발즈라는 개인에 의해서 시작되었고, 여전히 그가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는 있지만, 리눅스의 가치를 만들어내는 다양한 소프트웨어 모듈이나 혁신은 불특정 다수의 개인이나 단체로 부터 나오고 있다.  ARM은 리눅스와 더불어 분산 리더십의 대표적인 케이스다. 현재 PC용 프로세서 시장을 실질적으로 독점하고 있는 인텔이, IA (Intel Architecture)를 독점적으로 개발하고 발전시켜가며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데 비해, ARM은 코어 기술을 개발한 후에 시장의 수많은 회사들에게 라이센스 함으로써, 매우 다양한 분야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자신들의 프로세서 아키텍쳐가 활용되도록 하고 있으며, 이런 전략의 성공으로 현재 모바일 프로세서 시장을 실질적으로 독점하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소프트웨어 플랫폼도 비슷한 방식으로 나눠서 볼 수 있다. 리모(LiMo) 파운데이션은 민주주의적인 의사 결정을 지향한다. 각종 워킹 그룹을 통해서 기술적인 방향과 정책 결정에 대해서 토론을 벌이고, 궁극적인 의사 결정은 조직의 최 상위에 위치하는 이사회에서 여러 회사들간의 투표로 이루어진다. 특정 회사의 입김에 의해서 좌지우지 되기 어려운 구조이며, 따라서 제조사들이나 통신사들이 차세대 플랫폼으로 키워보기 좋은 방식이라고 믿고 있는 듯 하다. 반면에, 너무 민주적인 의사 결정 구조로 인해서 빠르게 변화하는 시장 상황에 대응이 늦고, 기술적이거나 혹은 전략적인 우위에 의해서가 아니고 정치적인 상황에 따라서 결정이 좌우될 수도 있다는 단점이 있다.


반면, 요즘 모바일 플랫폼의 화두인 안드로이드는 구글의 강력한 리더십에 의존하고 있다. 2007년에 결성된 OHA (Open Handset Alliance)는 구글이 직접 하나씩 선택한 34개의 창립 멤버에 의해서 이루어진 단체이며, 그 뒤로 몇 몇 회사들이 더 가입하긴 했지만, 여전히 안드로이드 플랫폼의 방향은 구글에 의해서 결정된다. 사실 구글이 현재 안드로이드 플랫폼에 대해서 겪고 있는 딜레마가 바로 이 모순된 구조에서 나온다. 안드로이드는 오픈 소스의 개방형 모바일 플랫폼이다. 즉, 누구든 자유롭게 안드로이드 소스 코드를 가져다가 원하는 방식으로 사용하는데 거의 제약이 없다. 커널이나 드라이버쪽의 경우 GPL이나 BSD 등의 다양한 라이센스 모델이 있고, 그에 따라서 소스 공개의 의무나 상용으로 사용할 경우에 확인을 해 봐야 하는 부분들이 있겠지만, 미들웨어와 그 윗단의 많은 부분은 아파치 라이센스로 되어 있어서 소스 공개의 의무조차 없다.


그런 반면에 구글이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통해서 얻고자 하는, 모바일 환경에서 자유로운 정보의 소통이라는 목적은, 어느 정도 잘 정의되고 호환이 가능한 기반 플랫폼이 있어야 가능하다. 개인 개발자들이나 미들웨어 혹은 어플리케이션 벤더들이, 안드로이드라는 표준 플랫폼이라면 모든 사업자의 모든 모델에서 응용 프로그램이 정상적으로 동작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래야 아이폰을 이길 수 있는 창의적인 어플리케이션의 개발, 그리고 이를 둘러싼 생태계가 활발하게 유지될 것이다. 아이폰은 애플의 강력한 통제에 의해서 플랫폼 호환성을 지켜가고 있다. 현재 구글의 가장 큰 고민 가운데 하나는 안드로이드 플랫폼을 시장에서 활발하게 받아들이고 빠른 시간안에 제품이 나올 수 있도록, 최소한의 통제를 가한 개방형 정책을 유지하면서 어떻게 하면 이에 따르는 다양한 변종 플랫폼의 난립 문제를 해결할 것이냐라는 것일 지도 모른다.


한가지 재미난 방식은 모블린(Moblin)에서 취한 모델이다. 모블린은 인텔이 만들고, 여전히 가장 강력히 후원하고 있는 모바일 플랫폼이지만, 최근에 리눅스 파운데이션으로 지배권을 넘겼다. (http://www.idg.co.kr/newscenter/common/newCommonView.do?newsId=54880) 애플 방식과 구글 방식의 중간쯤 되는 형식을 시도하는 것으로 보이는데, 잘 되면 상업적인 후원과 리더십의 장점에 오픈소스 모델의 다양성이 가미되어서 좋은 작품이 나올 수도 있지만, 실패할 경우 인텔에 특화된 것도 아니고 오픈소스 커뮤니티의 지원도 받지 못하는 어정쩡한 모델로 남을 수도 있을테니, 앞으로 넷북용정식 버전이 나오고, 내년 초에 MID용 버전까지 나오게 되면 한번 지켜볼 일이다.



2008. 8. 31. 11:10
http://www.windriver.com/news/press/pr.html?ID=6241

윈드리버가 미지리서치(www.mizi.com)를 인수하기로 했다. 관련 업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외국의 경우야 기업간 인수/합병이 워낙 자주 있는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벤쳐 기업이 외국 기업으로 인수/합병된 예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나마 생각나는 경우가 노키아지멘스가 다산네트웍스의 코스닥 주식의 인수를 통해 대주주가 된적이 있으나 최근의 뉴스를 보면 손을 떼고 떠난다고 한다. (http://www.moneytoday.co.kr/view/mtview.php?type=1&no=2008082815444599288&outlink=1)

국내 임베디드 업체의 방향은 대게 영세한 규모에서 시작해서 다행히 현상 유지를 하면서 기회를 엿보다가  MDS의 경우와 같이 자력으로 상장을 하거나 혹시 그때까지 살아남지 못한다면 많은 경우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여태까지의 생명 주기였음을 감안해보면, 이번 뉴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또다른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인수/합병을 성공적인 경험으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회사들이 거액을 들여 인수/합병을 한 뒤에 단순히 그 회사의 기술을 사장시키거나 인원 관리를 하지 못하거나 하는 이유로, 원했던 시너지 효과를 얻지 못하고 돈만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의 싸늘한 반응이나 서로 다른 회사의 문화, 제품의 로드맵의 부적절한 관리 등등 주로 기술 외적인 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기술의 습득을 통한 새로운 시장에의 진출이나 기존 시장의 강화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전히 인수/합병이 선호되고 있다. 노키아가 트롤텍을 인수한 것이나 선이 MySQL을 인수한 것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어떤 의미에서 이런 형식의 대규모 투자는 그 회사가 시장에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이며, 차후 게임의 방향을 예측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윈드리버의 경우 2000년의 ISI 합병을 통해서 리얼타임 운영체제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와 2위였던 VxWorks와 pSOS를 함께 갖게되는 충격적인 조치를 단행했고, 그 직후 변화된 시장 상황에 의해 꽤 오랫동안 고전을 해 왔으나 이후 꾸준한 성장을 통해서 그 자리를 탄탄히 지키고 있다. 한때 BSDi의 인수를 통해서 리눅스와는 별개의 길을 가려는 시도를 했으나 곧 이를 포기하고, 최근에는 FSMLabs의 인수 및 공격적인 R&D 보강으로 임베디드 리눅스 제품 라인의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윈드리버의 미지리서치 인수는 임베디드 시장이 향하고 있는 방향을 매우 명료하게 보여준다고 하겠다. 리눅스가 임베디드 시장에서 이렇게 각광받게 된 이유는, 오픈소스 모델이 주는 비지니스적인 장점 외에, 리눅스를 기반으로 형성된 풍부한 생태계와 이를 통해서 매우 쉽고 빠르게 접근 가능하게 된 다양한 기술에 있다고 하겠다. 특히나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고 기술의 융합 현상이 일상화 되어버린 소비자용 가전 시장에서, 신규 기술의 발빠른 지원에 대한 요구는 기존의 임베디드 운영체제가 점차 소비자 가전 시장에서 힘을 잃어가고 있는 이유이다. 그래서 구글이나 리모 혹은 모블린 등 대부분의 모바일 소프트웨어 플랫폼들이 리눅스를 기반 운영체제로 채택을 하게 된 것이고, 결국 이 문제는 어떻게 차별화 할 것이가라는 화두로 귀결된다.

제품의 개발 사이클이 짧게는 3개월에서 보통 6개월, 아무리 길어도 1년을 넘지 않는 분야에서, 점차 고급화되는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키고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웹브라우저를 새로운 운영체제에 포팅하고 최적화 할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리눅스 기반의 오픈소스 웹브라우저를 채택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욱 매력적인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그 짧은 개발 기간이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검색 서비스 업체인 구글의 안드로이드 개발이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합리적인 전략으로 받아들여지듯이, 윈드리버의 이번 미지리서치 인수역시, 시스템 통합이라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상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에 있어서 당연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제 문제는, 전혀 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 윈드리버와 미지리서치가 어떻게 성공적으로 양사의 인력들을 조화롭게 활용하고, 서로가 갖고 있는 기술과 비지니스의 시너지를 극대화한 솔루션을 빠른 시간 내에 내놓느냐 하는 것이다. 결국 기술이던 비지니스던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
2008. 1. 24. 18:15
안드로이드 뉴스 그룹을 헤매다가 우연히 발견한 링크: http://honeypod.blogspot.com/2007/12/compile-android-kernel-from-source.html 일본 사람인 듯 한데, 안드로이드 소스코드를 코드 소서리의 GCC 툴체인을 이용해서 Fedora Core 8에서 컴파일 하는 방법을 올려 놓았다.

당장 따라해 봤다. 일단 툴체인을 코드 소서리 홈페이지에서 (http://www.codesourcery.com/gnu_toolchains/arm/download.html) 받아서 내 Fedora Core 7 머신으로 복사하고, 예전에 받아놓은 안드로이드 커널 소스도 설명에 따라서 풀어본다. (툴체인 받을때 ARM GNU/Linux하고 IA32 GNU/Linux를 선택했다.)

우선 에뮬레이터를 실행하고 adb를 붙여서 config 파일을 가져온다.

[tykim@tiger sdk]$ android_sdk_linux_m3-rc37a/tools/adb pull /proc/config.gz .
* daemon not running. starting it now *
1 KB/s (5564 bytes in 3.516s)
[tykim@tiger sdk]$
[tykim@tiger sdk]$ ls -l
total 20
drwxrwx--- 5 tykim tykim 4096 2007-12-13 10:56 android_sdk_linux_m3-rc37a
-rw-r--r-- 1 tykim tykim 5564 2008-01-24 21:26 config.gz

그리고 설명에 나온 것처럼 config 파일 복사하고 Makefile 수정한 다음에 make로 커널 컴파일을 돌리면, 델 래티튜드 D600 머신에서 약 6분정도 걸린다. 궁금하신 분은 아래의 컴파일 로그 파일 참조...   ^^;
그리고 컴파일된 이미지의 크기를 보면:

[tykim@tiger kernel]$ ls -l arch/arm/boot/zImage
-rwxrwxr-x 1 tykim tykim 1235052 2008-01-24 21:45 arch/arm/boot/zImage
[tykim@tiger kernel]$ ls -l ../sdk/android_sdk_linux_m3-rc37a/tools/lib/images/kernel-qemu
-rwxrwxr-x 1 tykim tykim 1245836 2007-12-12 06:32 ../sdk/android_sdk_linux_m3-rc37a/tools/lib/images/kernel-qemu
[tykim@tiger kernel]$

오히려 원래 SDK에 있는 것보다 10KBytes 정도 줄어든 것을 확인해 볼 수 있다. 새로 컴파일 된 이미지를 이용해서 에뮬레이터를 돌려보면:

사용자 삽입 이미지

안드로이드 에뮬레이터


짜잔... 원래 에뮬레이터와 아무런 차이 없이 실행 잘 된다. 이상 안드로이드 커널 컴파일 실험 끝!!!
^^;

2007. 10. 20. 10:34

어제 한 세미나에서 삼성전자 김영균 전무님의 Mobile WiMax에 관한 강연을 들을 기회가 있었다. 매우 열정적으로 원천 기술 확보 및 표준 경쟁에서 이기는 것의 중요성을 강조하셨고, 그 가운데 최근에 우리나라의 WiBro 기술이 중국의 반대를 무릅쓰고 세계 표준으로 채택되었다고 매우 자랑스럽게 말씀 하셔서 한번 관련 내용을 찾아봤다.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25&article_id=0000681005&section_id=105&menu_id=105 중앙 일보 기사인데, 5년간 수십조원의 장비 수출 효과가 있다고 바라봤다. 관련 장비 수출액을 2012년까지 31조원 정도로 봤는데, 지적 재산권 관련 수입이 포함된 숫자인지 잘 모르겠다. ETRI와 삼성전자가 원천 기술을 많이 확보하고 있을텐데, 김영균 전무님은, 삼성의 경우 이를 이용해서 사업을 하기보다는 특허 분쟁시 방어 수단의 의미가 더 크다고 하셨는데, MPEG의 경우도 그렇고 디지털 TV 전송기술의 경우도 그렇고, 처음에 시장이 성장하기 전까지는 조용히 지나가다가, 막상 그 시장이 활발해지면 특허권을 이용한 비즈니스가 커지는 경우가 많아서 한번 지켜볼 일인 것 같다.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D&office_id=020&article_id=0000432552&section_id=105&menu_id=105 동아일보에서도 정통부 보도 자료를 근거로 마찬가지의 경제 효과를 언급했다. 특히 포스데이타나 기산텔레콤등 관련 주식들이 상한가 가까이 오른 것을 보도했는데, 좋아하시는 분들 많이 계시겠다...   :)

http://news.naver.com/news/read.php?mode=LSS2D&office_id=031&article_id=0000116926&section_id=105&section_id2=227&menu_id=105

그 외에도 아이뉴스24를 비롯한 주요 매체에서 매우 비중있는 기사로 다루었다. 다만 모든 기사에서 공통적으로 걱정하는 부분은 내수시장의 부진이다. 3G 이동통신 서비스와 802.11 a/b/g 기반의 무선 네트워크 기술 사이에 껴서 애매한 와이브로의 가장 큰 고민이 아닌가 싶다. 탄탄한 내수 시장을 바탕으로 기술 축적을 하고, 이를 기반으로 세계 시장을 공략하는 것이 정석일텐데, 현재 7만명 수준의 가입자는, 서비스 개시후 100만명 확보에 불과 몇달 거리지 않았던 3G 서비스에 비교할때 너무 부진한 성적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런 것만 보더라도, 기술도 중요하지만 그 기술이 실생활에서 꽃을 피울 수 있도록 하는 적절한 비지니스 모델의 개발 및 효과적인 마케팅도 기술만큼이나 중요하다는 것을 다시한번 느끼게 된다.

2007. 9. 14. 15:49
미국의 Sprint에서 올 4분기에 출시할 휴대폰 가운데, 아마도 메지징에 관련된 신규 모델 4가지에 대한 기사가 Engadget에 나왔다. (http://www.engadget.com/2007/09/11/sprints-q4-lineup-rumor-centro-touch-and-pearl-8130/) 사용하는 OS는 Palm이나 Windows Mobile 등으로 다양한데, 하여튼 SMS나 이메일 혹은 메신저 등의 응용 프로그램의 사용을 쉽게 하기 위해서, 4가지 모델 가운데 3가지 모델이 QWERTY 키보드를 달고 나온단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 가운데 LG의 RUMOR라고 되어있는 모델은 슬라이드가 옆으로 열리면서 키보드가 나오는 형식인데, 개인적으로 노키아의 비슷한 모델을 몇개 만져봤지만 아무래도 두께가 두껍고 모양이 전체적으로 투박해서 영 정이 가지 않았다. LG가 만들었으니 노키아의 모델보다야 얇고 디자인이 괜찮겠지만 역시 옆으로 열리는 키패드 타입의 휴대폰은 내 취향이 아니다. 아마 우리나라에서 출시한다면 그리 큰 인기를 얻기는 어렵지 않을까 싶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래서 국내 다른 회사들이 이렇게 Full 키패드를 갖는 휴대폰을 만들어도 전부 외국에만 출시하는 것 같다. LG의 VX10000은 미국의 버라이존 모델이고, 팬택의 C810은 AT&T 그리고 삼성의 F700은 유럽의 보다폰 모델로 출시된다.

그러면, BlackBerry나 Palm의 Centro처럼 축소된 키보드를 달면 어떨까? 크기를 얇게 하는데는 그게 분명 유리할 것이다. 친구가 최근에 삼성의 블랙잭으로 바꿔서 한번 만져봤는데 정말 얇은 점 하나는 일반 휴대폰에 뒤지지 않을 정도였다. 다만 문제는 키보드의 크기가 그렇게 작아지니까, 실제로 타이핑을 하기가 그리 편하지 않았다는 점... 물론 익숙해지지 않아서였겠지만, 친구의 블랙잭으로 문자를 보내는 속도가, 삼성의 원래 천지인 한글 타이핑 속도보다 그리 빠르다는 느낌이 들지 않았다.

그렇다고, 다른 많은 스마트폰에서 채택하는 필기체 인식도 대안이 되지 않는다. 인식률은 많은 개선이 되었지만 여전히 개선의 여지가 많고, 전체적으로 글의 작성 속도가 키보드로 쓰는 경우보다 느려지는 느낌이다. 그래서 구글폰에 들어간다는 음성인식 기술에 관심이 간다. 결국은 그 방향으로 가야하지 않나 하는 생각이다. 다만, 필기체 인식보다 훨씬 더 어려워 보이는 기술적인 문제들을 해결하는 것이 시간이 꽤 걸릴 것이고, 그래서 한동안은 기존의 기술을 보완해주는 http://www.zicorp.com/TextEntry.htm 요런 기술들이 현실적인 대안이 될 수도 있을 것이다. 일종의 Word DB 기술인 것 같은데, 쉽게 생각하면 똑똑한 입력기가 사용자의 의도를 잘 파악해서 문장의 자동완성을 도와준다는 그런 기술인 것 같다. 홈페이지에는 한글도 지원한다고 되어있는데, 실제로 휴대폰에 적용된 모델이 있는지는 모르겠다. 문장 자동완성 기능은, 사실 약간의 아이디어와 작고 빠른 DB 기술만 있으면 구현 자체가 어렵지는 않은데, 그 "아이디어"가 문제다. 좋은 아이디어를 발빠르게 사업화를 잘 한듯 보인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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