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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2. 26. 11:00

http://www.itnews.or.kr/?p=17090


구글과 포드가 무인차를 공동으로 개발하기로 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정식 발표는 CES에서 하겠지만, 아직 자세한 발표가 나오기 전에라도 이미 업계에 큰 반향을 일으키고 있는 듯 하다. 100년의 역사를 자랑하는 산업화 시대의 상징 포드와, 생긴지 아직 20년도 되지 않았지만 정보화 시대의 상징이 된 테크 기업 구글의 협력은 매우 큰 의미가 있어 보인다.


이 발표는 2007년 구글이 OHA (Open Handset Alliance: http://www.openhandsetalliance.com/)를 만들고, 2008년에 HTC와 협력해서 첫 안드로이드폰을 출시하던 상황을 떠올리게 한다. 그 당시에 피쳐폰으로 잘나가고 있던 삼성과 LG역시 구글폰에 관심이 있었겠지만 첫 안드로이드폰은 대만의 이름없는 ODM이었던 HTC에서 출시하기로 결정이 되었고, 이후 HTC는 일약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강자로 떠오르게 된다. 그 후의 부침이야 다른 여러가지 요인이 있겠지만, 당시 구글과의 협력을 추진했던 Peter Chou는 한동안 스타 CEO 대접을 받았었다.


그 후에 안드로이드 스마트폰의 중요성을 깨닫고 삼성과 LG 및 기타 휴대폰 업체들이 너도나도 구글과의 협력을 발표하고 시장 점유율을 높여가면서, 첫 안드로이드폰 출시후 7년 정도가 지난 지금은 2008년에는 상상하지 못했던 새로운 시대가 열리게 된 것이다. 물론 그 과정에서 노키아, 모토롤라나 블랙베리의 몰락, LG의 침체, 샤오미의 등장 등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결국 구글이 공개한 안드로이드라는 완성도 높은 소프트웨어는 휴대폰 업체들로 하여금 하드웨어 기반의 차별화를 추구할 수 밖에 없게 만들었고, 이에 위기를 느낀 휴대폰 업체들은 대안이 될만한 소프트웨어 플랫폼을 고민하고 있지만 별다른 뾰족한 수는 현재로서는 보이지 않는다.


스마트폰 업계에서 지난 7,8년간 벌어졌던 일들을 잘 돌이켜 생각해보면, 소위 스마트카 업계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지도 어느 정도 예측이 가능하다. 여태까지는 애플의 카플레이나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와 같은, 차량 내에서 스마트폰의 앱들을 쓰게 해 주는 인포테인먼트 위주의 커넥티드카 정도였다면, 이번 포드와 구글의 발표는 그 규모나 업계에 미칠 파장이 인포테인먼트 시스템보다 훨씬 클 것으로 보인다.


사실 차량 전체의 개발 비용이나 전장 시스템의 규모로 볼때 오디오와 비디오, 네비게이션 등의 서비스를 제공하는 인포테인먼트 시스템은 어찌보면 그리 큰 부분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래서 발표한지 1,2년 밖에 되지 않은 애플의 카플레이와 구글의 안드로이드 오토가, 거의 모든 카 메이커들로부터 지원을 받으면서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하지만 아무리 인포테인먼트라고해도 결국 안전을 중시해야 하고, 특유의 HMI (Human Machine Interface)를 갖고 있는 차량용 소프트웨어라는 점을 고려해보면, 애플과 구글은 지난 2년간 자동차 업계의 생태계라던가 소프트웨어 개발 사이클 등에 대해서 많은 부분을 배웠고, 특히 워낙 소프트웨어 플랫폼과 서비스에 강점을 갖고 있던 부분과 잘 버무려서 짧은 기간에 큰 영향력을 발휘하게 된 것 같다.


그런데 자율 주행 차량의 경우, 소프트웨어의 영향력이 인포테인먼트와는 비교가 안 될 정도로 크다고 생각된다. 물론 각종 센서나 엑추에이터, 기타 기계적인 요소들도 여전히 자동차라는 특성상 중요하겠지만, 결국 그런 부분은 알려진 기술들이고 크게 차별화가 되지 않는다고 보면, 미래에 시장을 장악할 기술은 자율 주행 알고리즘과 관련 소프트웨어 기술일 것이고, 현재 그 분야에서 가장 앞서있는 기업이 구글이라는 점을 보면, 이번 포드의 선택은 어찌보면 매우 당연한 선택이고, 오히려 다른 카 메이커와의 경쟁에서 한발 앞서갈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예상이 된다.


자세한 계약 조건은 모르겠지만, 구글의 여태까지의 행보를 보면 포드와만 배타적으로 일을 하지는 않을 것이다. 그러나 휴대폰의 경우에도 그랬듯이, 동시에 여러 회사와 여러 모델을 진행하기보다는, 아무래도 탄탄한 협력을 약속한 한 회사와 보다 밀접하게 일하면서 기술과 제품을 선도해 나갈 것이고, 포드가 그 지위를 보장 받았다면, 이는 포드로서는 매우 중요한 전략적 우위가 될 것이다. 


물론 휴대폰과 자동차는 개발 사이클이나 제품 수명, 사용자의 구매 패턴이나 각종 규제에 대한 영향을 받는 정도 등 많은 부분이 다르다. 그리고 자율 주행 차량의 상용화 일정이 빨라야 2020년정도이고, 혹은 2025년 정도로 미래라는 부분을 감안해보면, 그 사이에 여러가지 다른 변수가 많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로서 포드의 선택은 최선이라고 볼 수 있고, 이후 5년 10년 사이에 구글과의 협력을 어떻게 관리할 것이고, 다른 카 메이커와의 차별화를 어떻게 가져갈 것인지에 대해서는 차차 고민하면 될 것이다.


올해 CES에서는 매우 흥미로운 발표가 많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