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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 8. 31. 11:10
http://www.windriver.com/news/press/pr.html?ID=6241

윈드리버가 미지리서치(www.mizi.com)를 인수하기로 했다. 관련 업계에 있는 사람들에게 매우 신선한 충격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외국의 경우야 기업간 인수/합병이 워낙 자주 있는 일이지만 우리나라의 벤쳐 기업이 외국 기업으로 인수/합병된 예는 그리 많지 않은 것 같다. 그나마 생각나는 경우가 노키아지멘스가 다산네트웍스의 코스닥 주식의 인수를 통해 대주주가 된적이 있으나 최근의 뉴스를 보면 손을 떼고 떠난다고 한다. (http://www.moneytoday.co.kr/view/mtview.php?type=1&no=2008082815444599288&outlink=1)

국내 임베디드 업체의 방향은 대게 영세한 규모에서 시작해서 다행히 현상 유지를 하면서 기회를 엿보다가  MDS의 경우와 같이 자력으로 상장을 하거나 혹시 그때까지 살아남지 못한다면 많은 경우 조용히 사라지는 것이 여태까지의 생명 주기였음을 감안해보면, 이번 뉴스는 많은 사람들에게 또다른 가능성을 열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하겠다.

그러나 인수/합병을 성공적인 경험으로 만드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많은 회사들이 거액을 들여 인수/합병을 한 뒤에 단순히 그 회사의 기술을 사장시키거나 인원 관리를 하지 못하거나 하는 이유로, 원했던 시너지 효과를 얻지 못하고 돈만 낭비하는 경우가 많다. 시장의 싸늘한 반응이나 서로 다른 회사의 문화, 제품의 로드맵의 부적절한 관리 등등 주로 기술 외적인 면에서 부정적인 영향을 받는 경우가 많은 듯 하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신규 기술의 습득을 통한 새로운 시장에의 진출이나 기존 시장의 강화를 위한 가장 현실적인 대안으로 여전히 인수/합병이 선호되고 있다. 노키아가 트롤텍을 인수한 것이나 선이 MySQL을 인수한 것등을 보면 알 수 있듯이, 어떤 의미에서 이런 형식의 대규모 투자는 그 회사가 시장에 보내는 강력한 메시지이며, 차후 게임의 방향을 예측하는 지표가 되기도 한다.

윈드리버의 경우 2000년의 ISI 합병을 통해서 리얼타임 운영체제 시장에서 시장 점유율 1위와 2위였던 VxWorks와 pSOS를 함께 갖게되는 충격적인 조치를 단행했고, 그 직후 변화된 시장 상황에 의해 꽤 오랫동안 고전을 해 왔으나 이후 꾸준한 성장을 통해서 그 자리를 탄탄히 지키고 있다. 한때 BSDi의 인수를 통해서 리눅스와는 별개의 길을 가려는 시도를 했으나 곧 이를 포기하고, 최근에는 FSMLabs의 인수 및 공격적인 R&D 보강으로 임베디드 리눅스 제품 라인의 강화에 주력하고 있다.

윈드리버의 미지리서치 인수는 임베디드 시장이 향하고 있는 방향을 매우 명료하게 보여준다고 하겠다. 리눅스가 임베디드 시장에서 이렇게 각광받게 된 이유는, 오픈소스 모델이 주는 비지니스적인 장점 외에, 리눅스를 기반으로 형성된 풍부한 생태계와 이를 통해서 매우 쉽고 빠르게 접근 가능하게 된 다양한 기술에 있다고 하겠다. 특히나 기술의 발전 속도가 빠르고 기술의 융합 현상이 일상화 되어버린 소비자용 가전 시장에서, 신규 기술의 발빠른 지원에 대한 요구는 기존의 임베디드 운영체제가 점차 소비자 가전 시장에서 힘을 잃어가고 있는 이유이다. 그래서 구글이나 리모 혹은 모블린 등 대부분의 모바일 소프트웨어 플랫폼들이 리눅스를 기반 운영체제로 채택을 하게 된 것이고, 결국 이 문제는 어떻게 차별화 할 것이가라는 화두로 귀결된다.

제품의 개발 사이클이 짧게는 3개월에서 보통 6개월, 아무리 길어도 1년을 넘지 않는 분야에서, 점차 고급화되는 소비자의 요구를 만족시키고 경쟁사와 차별화되는 사용자 경험을 제공하기 위해서는, 예를 들어 웹브라우저를 새로운 운영체제에 포팅하고 최적화 할 여유가 없다는 뜻이다. 리눅스 기반의 오픈소스 웹브라우저를 채택하고, 이를 기반으로 더욱 매력적인 서비스를 사용자에게 제공하기 위해서 그 짧은 개발 기간이 사용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검색 서비스 업체인 구글의 안드로이드 개발이 많은 사람들에게 매우 합리적인 전략으로 받아들여지듯이, 윈드리버의 이번 미지리서치 인수역시, 시스템 통합이라는 방향으로 향하고 있는 상용 임베디드 소프트웨어 분야에 있어서 당연한 선택으로 받아들여질 것이다. 이제 문제는, 전혀 다른 문화를 갖고 있는 윈드리버와 미지리서치가 어떻게 성공적으로 양사의 인력들을 조화롭게 활용하고, 서로가 갖고 있는 기술과 비지니스의 시너지를 극대화한 솔루션을 빠른 시간 내에 내놓느냐 하는 것이다. 결국 기술이던 비지니스던 사람이 하는 것이므로...